연필은 참 개성 있는 물건 같아요. 다양한 연령대, 얼굴, 몸매, 성격 등 너무나 다양하죠.
현재 이상형을 한 자루만 지목해 주신다면요?
 
박지희
KIMBERLY 520 모델이요. 2H에 초록색 바디를 가졌는데요, 보여드릴게요.
많은 분이 진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의 연필을 좋아하세요. 근데 저는 연한 심을 좋아해요.
심이 잘 닳지 않고 가루 날림이 없거든요. 연한 심 중에서도 이 연필은 글씨가 반듯하게 써져요.
글씨를 딱 잡아주는 느낌? 그래서 제대로 글씨 쓸 일이 있을 때 사용해요.
제 글씨가 잘 나오거든요. 다른 2H 연필과는 다른 느낌이죠.
매번 좋아하는 게 바뀌는데, 최근 가장 맘에 드는 연필이에요.
 
 
백유나
저는 Rafael 281이라는 연필을 좋아해요. 1920년대 생산되어서 벌써 100년이 넘어가는데도, 부드럽게 잘 써져요.
원형 연필인 점도 좋아요. 각진 연필이 보기에 예쁘긴 하지만, 저는 손에 힘을 주며 쓰는 스타일이다 보니
굳은살이 배겨서 원형 연필을 선호하거든요.
   
두 분 이상형은 달라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점에선 같다고 느껴져요.
연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시고, 시필지와 연필 밥도 물건만큼이나 소중히 대하시고요.
박지희
네. 저희는 버리지 않아요. 못 버리겠더라고요. 손님께서 남긴 흔적이니까요.
연필 밥 역시 저희에겐 아름답게 느껴져요. 이렇게 유리병에 모아두는데,
같은 연필이라도 샤프너 각도, 연필 모양, 바디 색에 따라 각자의 모양을 가지고 있어요.
   
연필 하나를 사도 역사를 함께 건네는 두 분 덕에, 연필이 역사의 자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열심히 공부하신 결과라고요. 두 분을 보면 ‘취향 수집’이라는 행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돼요.
 
박지희
연필의 역사를 알고 나니 아까워서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사실 자료를 모으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사라진 브랜드는 브랜드 측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없고,
카탈로그도 소실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흩어진 자료를 통해 유추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어요.
브랜드가 언제 생기고 언제 없어졌는지를 기준으로 잡기도 하고, 언제 특허가 등록되었는지,
언제 판매가 시작되었는지 자료를 찾기도 하고요. 신문 광고가 있는 경우엔 그걸 모아서
생산 시기를 유추하기도 해요. 또, 연필은 시대를 반영하는 물건이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로고나 디자인이 달라지거든요. 이것으로 시기를 유추하기도 해요.
저희가 이 이야기를 수집했을 때 느꼈던 감정 그대로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었는데,
새롭게 받아들여 주시니 기뻐요.
멋진 일 같아요. 단순히 물건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담긴 이야기까지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이 사람들에게 닿은 게 아닐까 해요.
박지희
감사합니다.
박지희
몇 년 전부터는 세는 것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많아져서 세지 않고 있어요. (웃음)
취미로 시작한 것이 프로젝트가 되고, 지금은 매일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 되었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들어요. 이곳에 있는 모든 연필은 저희의 소장품 중 일부를 꺼내놓은 것이지만,
손님이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면 찾아 두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고,
매번 새로운 연필을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백유나
연필을 판매할 때 관련한 정보를 함께 드리는데,
그때 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안 되니까요.
취향 수집가 5인의 인터뷰
 
손에 잡히는 취향, 수집물에 관하여
박지희
저희가 아날로그라는 공통된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이곳의 물건들 역시 아날로그적이에요.
연필과 그에 어울리는 포스터, 집기가 주된 물건이고, LP와 카세트테이프도 모으고 있어요.
원래 취향이 잘 맞는 친구였는데, 함께 일하다 보니 더 비슷해진 것 같아요.

백유나
저희는 생각도 같아요. (웃음)
박지희
업무 공간에서 사용해봤어요.
다른 건 손님을 위한 디스플레이용이라면, 취향수집은 저희를 위해 사용 중이죠.
원래는 소개해드릴 연필을 책상에 한꺼번에 꺼내 놓고 보관했었어요. 자료도 여기서 찾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물건과 섞이는 경우가 있어 불편했는데, 취향수집 덕에 편해졌어요.
보시면, 새로 소개해드리는 연필들은 맨 위 칸에 뉘어 놨어요. 연필꽂이에 꽂아 쓰다가,
모델명이
한눈에 보이게 두니 좋더라고요. 양옆이 막혀 있어 연필이 굴러가지도 않고요.
그리고 중간엔 종이나 마스킹테이프같이 필요한 물건들을 뒀어요.
 

[연필가게 흑심]

“연필이 좋아서 모으고 쓰는
박지희, 백유나입니다.”
두 분은 한 공간에서 취향을 공유하고 계시죠.
다른 두 분이지만, 이곳에 있는 물건만큼은 서로 닮았겠어요.
흑심에서는 이곳의 중심인 흑심장을 비롯해 작은 물건의 아지트가 많죠.
취향수집은 어떻게 사용해보셨어요?
대표 박지희, 백유나
     
백유나
어떤 색이나 어떤 모양이라서 예쁘다기보다, 마음의 움직임이 기준 같아요.
보자마자 '어 예쁘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박지희
짧은 시간에 예쁘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시각적인 요소 같고, 다음은 쓰임새라고 생각해요.
시각적인 것과 쓰임새, 이 두 가지가 부합하면 그 물건은 평생 함께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필을 예로 들면, 처음엔 시각적인 매력에 끌렸지만 쓰다 보니 종류도 다양하고 필기감도 다양하더라고요.
취향에 맞는 것으로 골라 쓸 수 있는 거죠.
시각적인 것만 보고 물건을 가지면 질릴 수도 있는데 쓰임새까지 예쁘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예쁜 것을 좋아하신다고요. 연필보다 먼저 사랑에 빠졌던 연필 상자도 예쁜 패키지에
반하신 거고요. 물건을 바라볼 때 ‘예쁘다’라고 느끼는 두 분 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오브젝트 x 콜렉토그라프 취향수집
+
go to shop
 
연필을 제외한 물건 중 취향의 물건이 있으시다면요?
박지희
LP와 카세트테이프요. 처음엔 좋아하는 아날로그 감성이라서
모으기 시작했어요.  각적으로도 예쁘고요. LP는 선택 재생이 어려워서
한 앨범을 통째로 듣게 되거든요.  러면 몰랐던 곡도 알게 돼요.
이런 점들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요즘 스트리밍이 많잖아요.
스트리밍은 무형의 것인데, LP나 카세트테이프는 그것과 상반되는
손에 잡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유형의 것이잖아요.
연필과 더불어 이것도 수집의 일환이에요.
   
백유나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이, 물건도 똑같은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행복해요.

박지희
근데 사실 아무리 좋아도 볼 때마다 행복하진 않아요. (웃음)
근데 질리지 않아요. 매일같이 함께해도요.
사랑하는 물건 사이에 파묻혀 매일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몇백 여종의 연필이 있으시죠.
식구가 많아질수록 즐겁지만, 한 편으론 가장의 무게가 느껴질 것 같아요.
 
박지희
우선 연필은 온습도에 예민해서 온습도를 맞춰요.
나무의 습도가 높으면 갈라지거나 휘거든요. 그래서 보관하는 곳에 제습제를 두어 습도를 보완해요.
그리고 대부분 오래된 연필이라 소개해드리기 전 전부 세척을 하죠.
연필이 아닌 다른 빈티지 물건이나 금속 홀더 같은 건 폴리싱 작업을 해서 광도 내고 왁스로 마감도 하고.
그렇게 관리해요.
대부분 단종되거나 사라진 브랜드라서, 아무래도 조심스러우시겠어요.
귀중한 물건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 하시는 일이 있으시다면요.
 
박지희
놀라운 건 100년이 넘은 1920년대 연필도 상태가 괜찮아요.
처음엔 ‘이게 정말 그때 나온 게 맞나?’ 하며 의심하기도 했죠.
과거의 누군가가 까먹었기 때문이든, 보관을 잘했기 때문이든
쓰지 않고
건넸기 때문에 저희 손에 오게 된 거잖아요. 저희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고요.
연대한다는 표현이 정말 딱 맞는 것 같네요.
시대와 국경을 넘어온 연필들이 이곳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죠.
소유를 넘어, 이름 모를 수많은 이와 취향으로
연대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해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취향 수집가이시죠. 이 뜨거운 수집의 원동력은 뭘까요?
 
백유나
일상 속 행복을 느끼게 해줘요. 매일 좋아하는 연필과 함께 있으니까, 매일 행복해요.
아닌 날도 있지만요. (웃음)
그렇게 수집된 취향은 삶에 어떤 원동력을 주고 있나요?
백유나
구식이요. 저는 구식이 취향인 것 같아요.
연필을 좋아하고, 책도 e-book으로 보는 것보다는 종이를 넘기면서 보는 걸 더 좋아하죠.

박지희
저는 사실 신식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웃음) 스마트한 것도 좋고요.
구식과 신식의 상반된 두 매력을 좋아해요.
박지희다운 취향, 백유나다운 취향을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요?
박지희
아무래도 공유 아닐까요? 취향 공유.
저희만 본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텐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죠.
저희가 모으는 이 연필들은 완전 저희의 취향이에요. 그런데도 공감해 주시니 기뻐요.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